1. 고슴도치 딜레마란?
고슴도치 딜레마의 뜻은 스스로의 자립과 상대와의 일체감. 이 두가지 욕망에 의한 딜레마이다. 추운 날씨에 2마리의 고슴도치가 모여 서로를 따뜻하게 하고 싶어하지만 서로의 바늘 때문에 접근할 수 없다는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우화에 기원을 두고 있다.
쇼펜하우어와 프로이드는 사회에서 이러한 상황을 각자의 인간이 서로에게 어떠한 느낌을 갖는지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였다. 고슴도치 딜레마는 인간의 관계가 좋은 취지에서 시작하지만, 인간 관계는 서로에게 상처를 입힐 수 밖에 없는 관계이고, 그로인해 발생한 관계는 서로에게 신중하고 약하다는 것을 설명한다. 고슴도치 딜레마에서는 상호간의 이기심을 견제하기 위해 서로에게 거리를 지키는 것을 권장한다. 또한 내향성과 고립주의를 설명하기 위해 고슴도치 딜레마의 의미를사용하기도 한다.
인간관계의 거리의 중요성을 가르쳐주는 개념으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결국 상대에게 자신이 바라는 어떤 모습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상대가 때로는 상처입게 되고 이러한 관계는 오래 유지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거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이론이라고 할수 있다.
반면, 필요성에 의해 모였지만 서로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상처를 입기에 적당히 거리를 유지했는데 그 결과 '자신만의 온기로' 겨울을 보내게 되었다는 고독한 고슴도치의 이야기는 충분히 비극적이다.
그러나 실제 고슴도치들은 바늘이 없는 머리를 서로 맞대고 체온을 유지하거나 가시를 눕혀 상대가 찔리지 않도록 하여 동족끼리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지극정성으로 기른 고슴도치는 주인을 알아보고 가시를 눕혀준다고 하니 동족끼리 서로 다치지 않게 하는건 당연한 이야기일거다.
2. 고슴도치 딜레마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
1. 성격적 접근
사람들이 거절과 외면 같은 겉으로 보이는 반응을 살펴보는 실험 연구에서 고슴도치 딜레마에 주목했던 실험이 있었는데, 그 결과, 만성적인 불안을 보이는 사람들이 타인으로부터의 거절을 경험한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반사회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낙관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상대로부터의 거절의 경험이 다른사람과 가까워지고자 하는 노력의 강화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딜레마가 거론이 되었다. 쇼펜하우어는 사람들이 궁극적으로는 서로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쇼펜하우어는 냉소적인 기질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Russell은 쇼펜하우어는 "그의 인생에서 동물에 대한 친절을 빼고 그 어떤 도덕적 가치에 대한 증거도 찾아보기란 힘들었다. 모든 면에서 그는 완벽하게 이기적인 인간이었고 그의 철학은 비관주의로 유명하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결과는 비관적인 성향이나 불안 성향이 고슴도치 딜레마와 높은 상관 관계를 가진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2. 발달적 접근
발달적 측면에서도 다른 설명을 시도해볼 수도 있다. 자신과 타인에 대해 인식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는 것에 대해 잘 설명하는 이론 중 하나가 애착 이론이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회적 존재가 된다. 사회적 존재로 태어난 인간이 사회적으로 발달하는 데서 가장 중요한 첫 시작은 애착 형성이다.
생후 6개월경이면 거의 모든 유아는 돌봐 주는 사람에게 가까이 가려고 하고, 돌봐 주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즐거워하고, 그가 떠나려고 하면 떼를 쓰는 등의 행동을 보인다. 볼비(Bowlby, 1958)는 어머니와 유아의 이러한 유대 관계를 설명하면서 애착이라는 개념을 처음 사용했다. 영아기 및 유아기에 형성된 애착과 부모와의 유대 관계는 성인기의 애착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에인스워스(Ainsworth, 1979)와 볼비(Bowlby, 1969)와 를 중심으로 발달한 애착 이론은 인간의 애착 유형이 양육자가 그의 요구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고 있다. 애착을 형성할 무렵 인간은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이 자신의 요구에 지지와 보호를 제공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애착 인물에 대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표상을 형성하게 되고, 이와 함께 자신에 대한 표상도 형성하게 된다. 즉 자신이 애착 인물로부터 사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인가 아닌가로 자신에 대해 긍정적 또는 부정적 표상을 형성하게 된다.
에인스워스 등은 구조화된 낯선 상황 실험을 통해 애착 유형을 1.안정형 2.양가형 3.회피형의 세 가지로 나누었으며, 양가형 애착과 회피형 애착을 불안정 애착으로 파악했다. 안정애착을 보이는 영아는 어머니가 있는 동안에 자유롭게 탐구하고, 어머니와 분리되었을 때는 불안을 보이지만, 다시 만났을 때는 곧 진정되며 상호작용이나 접촉을 원하고 곧 탐색 놀이로 돌아간다. 양가적 애착을 보이는 영아는 분리에 심하게 저항하고, 떨어져 있는 동안 힘들어하고, 재결합의 상황을 어려워하며, 어머니가 돌아와도 진정되지 않고 어머니의 무릎에 얼굴을 묻거나 화내고 매달리며,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환경을 탐색하지 않는다. 회피적 애착을 보이는 영아는 어머니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아 분리될 때 약간 저항하고 분리에 대한 고통이 적거나 없다. 재결합하면 회피하거나 무시한다. 이 영아들은 어머니 주위를 맴돌면서 의존적인 탐색을 한다.
이러한 결과는 아동의 욕구에 대한 양육자 반응의 일관성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 양육자의 양육 행동에 따른 아동의 애착 유형을 보면 다음과 같다. 안정적 애착 유형을 가진 유아의 양육자는 유아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들이 보이는 요구에 알맞은 반응을 보이며, 유아와의 상호작용을 중요시 하는 양육 행동을 한다. 양가적 애착 유형을 가진 유아의 양육자는 유아의 욕구에 반응하는 데 일관적이지 않다. 또한, 정서적 접근에 어려워하고, 유아의 애착 욕구에 지속적으로 반응하지 못한다. 회피적 애착 유형을 가진 유아의 양육자는 유아의 감정적 단서에 둔하고, 신체적 접촉도 피하며, 완고하게 거절하고 간섭하는 양육 행동을 한다.
애착 연구 초기에 애착은 영아와 돌봐주는 사람 사이에 형성되는 애정적 유대 관계만을 의미했다. 그러나 영아기에 형성된 애착이 전 생애를 통해 계속되고 성장 과정을 통해 가족 이외의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형성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제시됨에 따라 애착형성은 아동기는 물론 성인이 될 때 까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가정한다.
헤이즌과 셰이버(Hazen & Shaver, 1990) 역시 아동기에 정립된 애착은 성인의 사회적 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는 인간이 끊임없이 경험하는 자연스러운 일이 대인관계 갈등이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 애착 체계가 성인의 대인관계 갈등 해결 양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예상해볼 수 있다.
3.관계적 접근
인간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욕구가 기본적으로 존재한다고 주장한 바우마이스터와 리어리(Baumeister & Leary,1995)는 이러한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것은 개인의 정신 건강과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고 했다.
연구자들은 집단으로부터 거절을 경험한 사람들이 해당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정서를 느끼게 되고, 이것은 높은 공격성 수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실제로 트웬지(Twenge et al., 2001)의 연구에서 집단으로부터 거절을 경험한 피험자들은 통제집단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공격성을 보였다. 이것은 부정적인 정서가 공격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버코비츠(Berkowitz, 1989)의 좌절-공격성 이론(frustration-aggression theory)에 기반한 것이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시작된 사회적 거절에 대한 연구들에서는 다소 의외의 결과가 등장했다. 소속 욕구 충족을 방해받는 것이 정신적인 고통을 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사회적 거절이나 배척은 행동에만 영향을 미칠 뿐 정서에 미치지는 않는다는 효과가 발견 되었다. 사회적으로 수용된 피험자들은 경미하게나마 더 행복하고 긍정적인 정서를 경험했으나, 배척된 피험자들은 중립적인 정서 상태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현상이 고슴도치 딜레마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철회(social withdrawal)나 무관심을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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