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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의 모든 것

냉소주의/염세주의

by 소쿠리 2022.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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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냉소주의 


냉소주의의 어원이 되는 시니시즘(Cynicism)은 본래 제도와 조직으로 얽매인 복잡한 삶을 거부하고, 기존의 인간 사회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믿으며 이를 떠나 자연스러운 생활 양식을 추구하는 사상을 의미했다. 고대 그리스의 키니코스 학파가 주장한 사상(κυνισμός. 영어 cynicism의 어원)으로, 이는 한국어로는 견유주의(犬儒主義) 학파라 번역된다. 말 그대로 개와 같이 살겠다는 뜻으로, 날고기를 먹고 길에서 자기도 했다. 동양의 도교 사상과도 어느정도 유사한데
근대에 들어서는 이 단어의 뜻이 변하여, 현재의 냉소주의를 의미하게 되었다.

냉소주의는 개인을 지배하는 거대한 질서인 정부 체제, 사회 조직, 인간 관계, 국민성, 기타 정책 등을 비난 또는 자조하면서 그 현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사상이다. 흔히 경제 불황이 찾아오거나, 정치 안정성이 크게 저하되어 있거나, 구성원 간 갈등이 심해 분열되어 있는 사회에서 유독히 이런 냉소주의가 유행한다. 냉소주의의 대표적인 표현으로는 '이제 모르겠다, 될 대로 돼라, 그러던지 말던지 이대로 망해 버려라'  등이 있다.

냉소주의는 기본적으로 사람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우울한 심리상태를 형성함으로써 문제 해결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국의 대표적인 과제이자 문제인 출산율과 인구 감소 문제를 보자. 냉소주의자들은 이렇게 반응한다.
"차라리 이런 나라는 망하는 게 낫다!"
"그냥 다 같이 애 낳지 말자!"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다 낳지 말자!"

이러한 발언이 굉장히 위험한 것은, 당장에 속 마음은 시원하지만 주변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욕을 0의 상태로 떨어뜨린다는 데 있다.  

이렇게 사회에 냉소주의가 지나칠 정도로 유행하게 될 경우 특정한 사안에 대한 해결 대신 푸념과 비난만을 일삼으며 문제 해결 의욕을 완전히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자국 혐오 사상이라 볼 수 있다. 현 인터넷에서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이나 부정적인 소식을 접할 경우 그러한 사안에 대한 생산적인 해결책이 나오는 것이 아닌 헬조선, 탈조선 등등을 운운하며 그 현상을 비난하기만 하지 해결책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 하는 것이 현실이다.

자칭 냉소주의로 허세를 부리는 자들의 면면을 보면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자기세뇌를 하나도 경계하지 않는다는데에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서 나는 훌륭한 존잘이라고 말하는데 실제로는 남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고 세뇌라는 수단을 무의식적으로 쓴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세뇌라는 수단을 터득해 쓴 것이다.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등 각종 창작물에서 묘사되는 대부분의 악역들은 냉소주의를 가졌거나 그 사상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으며, 이 때문에 악역은 "인류는 파멸을 원하고 있다"는 식으로 자신의 악행을 정당화하여 주인공 일행들의 여정과 행보를 아예 "어리석은 행위"로 치부하기도 한다. 

2. 염세주의


비슷한 것으로는 염세주의가 있다.
비관주의와 염세주의는  세상이나 인생을 추악하고 괴로운 것으로 해석하는 사상이다. 

대개 세상과 인간은 본질적인 개혁이나 진보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현상 유지 내지 최악은 면하는 식으로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획기적인 개선보다는 더 나빠질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식으로 최선을 추구하는 것이다.

염세주의자는 낙관주의자 특유의 민폐와 오지랖을 혐오하는 경향이 강하다. 염세주의자는 대부분 최악의 가능성을 가장 염두에 두고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반면, 낙관주의자는 막연히 결과가 좋을 거라 믿고 일단 저지르고 보는 경향이 있는데다 타인도 좋아할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런 행동이 때로는 좋은 결과도 내기 때문에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염세주의자는 남들이 보기에 물질적으로 평균 이상이어도 자신과 멀리 떨어져 있는 남의 불행을 더 눈여겨보고 세상을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이 세뇌에 약한 것을 경멸하기도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무조건 낙관주의를 좋게 보고 염세주의를 나쁘게 보는 편견이 기반이 되어 생기는 오해들이다. 인지신경과학자 탈리 샤롯에 의하면, 낙관 편향은 진화 과정에서 생존에 도움이 되어 인간의 약 8할이 가지고 있다. 낙관주의와 염세주의는 단순히 사람들의 성향을 분류한 것일 뿐이지, 옳고 그름에 대한 분류는 아니다. 애초에 선과 악의 기준도 불분명하다.




3. 피해의식과잉, 자기연민

간혹 비관적으로 생각하니 피해의식이 과하고 자기연민에 빠져 모든걸 변명하며 노력 안하는 사람만을 생각하기도 하지만 다 그런것은 아니고, 원래 세상은 더럽고, 힘든게 맞으니 더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염세주의자는 세상의 어두운 면에서 자기의 무력함, 비겁함, 비열함 등 안 좋은 감정을 모조리 경험한다. 쉽게 말하면 자기가 작고 약한 생물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 그런 상태가 되면 희망보다 절망에 가까워지며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고민해도 결국 자기 보호 그 이상도 하지 못하는 현실을 마주한다.

 

염세주의자들은 낙관주의자들만 경멸하고 같은 염세주의자끼리는 싫어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는 인식도 있으나 그렇지 않다. 앞서 안광복의 글에 나온 것처럼 염세주의자는 대개 높은 도덕적 기준을 갖고 있어서, 이에 어긋나는 사람은 같은 염세주의자라도 통렬한 비판의 대상이 되기 쉽다. 애당초 진정한 염세주의자라면 자기 자신에게부터 엄격할 것이므로 이는 당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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