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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의 모든 것

명절증후군 : 대한민국병?

by 소쿠리 2022.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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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명절 증후군은 대한민국에서 명절을 보내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 육체적인 현상을 말한다.
실제 병은 아니며 심한 부담감과 피로감이라는 증상이 있다. 여성의 경우 명절에 필요한 음식 장만 및 뒷처리와 같은 가사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 되며, 남성의 경우 명절 동안 장거리 운전을 하면서 발생하는 운전자의 피로와 장시간 차량에 탑승하면서 발생하는 멀미, 정신적 스트레스까지도 포함된다. 직장인의 경우 기존 일상 생활과 다른 긴 연휴로 인해 생체 리듬이 깨진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2. 한국병?

전통 풍습에 의해 추석과 설날이라는 명절을 친척이 모두 모여서 보내고, 여기서 서로 낯선 친척간에 모이면서 권위주의를 내세우거나, 그로 인해 피해의식을 느끼거나, 참견을 하면서 편견과 남존여비, 오지랖 등의 전통적인 차별의식이 보이므로 안 좋은 한국 문화 혹은 한국병이라고 멸시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만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우선 '명절증후군'이란 단어 자체부터 한국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데, 미국에서도 'holiday blues'는 전미심리학회(APA)에서 정식 명명하여 목록에 서술해두고 있는 단어다. 직역도 가능할 정도로 단어 구성도 똑같고, 원인과 증상마저 똑같다. 또한 "친인척이 명절을 맞아 다 같이 모이는" 풍습 자체는 문화권과 상관 없이 예전부터 존재해 왔다.

우리처럼 설, 추석이 존재하는 이웃인 중국, 일본에서도 비교적 유사한 문화를 지니고 있고, 물론 영미권과 중국에도 명절증후군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일본에서도 설날(신정)등 명절에 가족 단위로 모이는 전통이 있으며 새해 전날에는 집을 대대적으로 청소하고 '연하장'을 지인이나 친족들에게 보내는데, 일본 주부들이 이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연하장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북미권의 크리스마스 카드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한다.  동아시아 3국으로만 한정해도 명절증후군 양상은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서구권에도 물론 있다. 서양 매체 중 결혼식 장면이나 추수감사절을 다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대부분 이런 갈등이 크던 작던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이 문제만 집중적으로 다룬 에피소드 드라마도 있고, 영국 드라마 에서도 시모, 사촌간에 겪는 갈등을 보여주는 등 가족 외 친척과 겪는 갈등을 다루는 에피소드가 많다.

미국에서는 가정에 따라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부활절 등의 명절이나 결혼식 때 친척들이 모이는 경우가 있는데, 의외로 친족들의 범주가 한국과 별반 다르지도 않다. 또한 교회 공동체 전통 때문에 챙겨줘야 하는 이웃의 범위도 엄청나게 넓다. 게다가 미국의 경우 땅이 넓어서 이동에 하루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많고, 전통 음식은 시대 특성상 기본적으로 '전업주부가 하루 종일 요리한다'는 전제가 붙어 있다 보니 어느 나라나 간편한 요리가 없다. 미국 추수감사절의 간판급 요리인 칠면조만 해도 손질이 엄청나게 어렵고 굽기 전 하루 동안 숙성시켜야 하며, 굽는 데에는 또 몇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주로 기독교와 천주교 가정에서 하는 풍습이지만, 부활절, 추수감시절, 크리스마스 등 명절 때마다 하는 장식도 영미권 주부들에게는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부르는 요소다. 다같이 노는 동시에 주최자 자신을 뽐내야 하는 파티 문화가 자리잡은 영미권 특성상 이는 이웃, 친척과 직접적으로 비교되는 살림 실력 콘테스트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 이 장식을 대충 만들어 놓으면 노년층은 여성의 살림 솜씨를 넘어 살림할 의지 자체를 의심하며, 동년배 친척과 이웃은 은근한 비웃음과 우월감이 섞인 뒷담화도 흘리다고 하니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겠다.

이렇다보니 서구권의 여성들의 명절 노동 강도가 한국보다 약하지도 않다. 영국의 경우 평균 명절 노동 시간이 22시간인데, 이 정도면 잠자는 시간과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1박 2일을 꼬박 매달리는 거나 마찬가지. 미국은 이보다 조금 더 짧긴 하지만 상술한 대로 이동 시간이 어마어마하다. 해외에서 이런 명절 스트레스가 없다는 오해가 퍼진 건, 유학생이나 외국 교포들이 그 나라의 사회에 완전히 소속되지 못하고 파편화되거나 자신들끼리 공동체를 이루어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holiday blues'를 겪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겠다. 

사회적 시선과 압력 때문에 풍습이 이어진다는 점, 사람들과의 은근한 비교 스트레스, 동참하지 않으면 안되는 압력을 받아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한다는 점 등등 이유와 행태가 외국도 한국과 전혀 다를 바 없는 것 같기도 하다.

 

3. 증상

보통 명절 전(혹은 귀향 전)의 우울증 비슷한 정신적인 고통과 허리디스크, 무릎 관절염 등의 신체적 고통이 함께 나타나며,히스테리, 어지러움증, 두통, 현기증, 소화불량, 복통, 심장 두근거림, 피로감, 무기력감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신체적인 고통은 명절의 과도한 노동으로 인한 것이 대부분이다. 며칠동안 고통을 느끼는 정도에서 드러눕기까지 하는 등, 이로 인한 후유증은 개인마다 상황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명절증후군은 명절이 지나가면 대부분 낫지만 설날이 지나가면 "추석은 어떡하지", 추석이 지나면 "설이 다가온다..." 이런 생각으로 1년 내내 명절증후군에 시달리는 며느리도 소수 존재한다고 한다. 이런 건 보통 시부모와 함께 살거나, 시댁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데 큰 갈등을 겪는 며느리의 경우이다. 또한 제사를 지내는 집안이라면 어쨌든 제사 음식을 만들거나 관리하고 차리는 건 여성들 일이라고 여겨지는 것도 명절증후군이 발병하는 조건이다.

주부의 전유물이었던 명절증후군이 점점 확산되어 남편 명절증후군, 시어머니 명절증후군, 싱글 명절증후군, 미취직자 명절증후군 등이 관찰는 경우가 있으며 증상은 주부 명절증후군과 비슷하다. 다만 신체적인 질환은 약간씩 차이가 있는 편. 명절증후군의 확산 원인은 가깝다는 이유로 함부로 대하는 문화가 아직도 잔존하는 점과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진 것이라는 게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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